편집자의 선택
-
꽃불 – (상)중단편 장아미 / 판타지, 역사불꽃에서 태어난 소년이 일으킨 사나운 복수의 불길‘불의 산’으로 알려진 갓뫼에서 아기 때 버려진 채 발견된 ‘희’. 아이를 거두어 키워 준 노파는 세상을 떠나기 전 희에게 종종 뜻 모를 경고를 남겼었다. “네가 그 산에 버려져 있었다는 걸 누구에게도 들키지 말거라.” 흉터 같은 얼룩이 얼굴을 뒤덮고 있어 사람들에게 괄시당하며 고독한 떠돌이 생활을 하던 희는 어느 날 어디선가 들려온 피리 소리에 이끌려 찾아가고, 연주에 혹한 자들의 혼을 탐식하던 악공과 마주한다. 희의 남다른 기운을 알아챈 악공은 강제로 거울을 들이대 소년의 ‘진짜’ 모습을 보여 주고는 훗날의 만남을 예고한다. 끊이지 않는 재해로 나라가 술렁이는 가운데, 희는 한 소녀를 만나 작은 마을에 편입된다. 불길이 지나간 자리 같은 여운을 주는 「꽃불」은 출생의 비밀이 있는 소년의 불우한 생을, 흉조로 인해 불온한 기운이 감도는 위태위태한 왕조의 운명과 교차하여 그려 낸 사극 판타지다. 절대 고독의 상태에서 허기만을 느끼며 성장한 인물의 삶이 몹시 쓸쓸하게 그려지기에 뒤에 이어지는 복수를 약간은 응원(?)하는 마음으로 담담하게 지켜보게 되는데, 결국 주인공은 복수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사태를 수습하며 애처로운 설화를 본 듯한 감흥을 남긴다. *본작은 2024년 황금드래곤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
-
엑스트라는 죽어야만 하는가연재 해차반 / 로맨스, 판타지클리셰로 시작하지만, 그럼에도 기대되는 이유출근길에 로판 소설을 읽다가 지하철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황제의 스물다섯 번째 정부가 낳은 열두 번째 황녀이자, 소설 전개로 따지면 프롤로그에서 죽을 팔자인 엑스트라에 빙의하게 된 스물여섯 살의 반서정. 그러니까 출근길에 한 번 죽고, 빙의한 소설 속에서는 화재에 휩쓸려 두 번 죽게 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읽었던 원작에 따르면 빙의한 캐릭터에겐 앞으로 딱 두 달 정도의 생존 기한(?)이 남아 있었기에, 그는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노력하는 대신 하루하루 일용할 양식에 만족하며 최대한 빈둥거리는 데에 몰두하기로 한다. 어차피 엑스트라로 죽을 운명, 그동안 나무늘보 노릇이나 하며 편히 쉬겠단 심상이다. 그런데 이 소설, 프롤로그부터 전개가 꼬이기 시작한다. 아직 초반부의 이야기가 진행 중인 「엑스트라는 죽어야만 하는가」는 로판 빙의물의 전형을 착실히 따라가는 작품이다. 장르의 클리셰를 활용해 진입장벽 없이 읽을 수 있는 익숙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도,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설명 길어지는 거 좋아할 사람 없다’며 막힘없는 호흡으로 ‘원작에는 없던 설정’의 변주를 계속 만들어 내며 안정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생존에 대한 미련과 의지조차 내다 버렸던 본체의 사연은 무엇이며 반전을 거듭하는 생존 모험기는 과연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가련한 엑스트라 주인공(!)의 분투기를 응원하며 지켜보자. *본작은 2024년 황금드래곤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
-
털중단편 Oo / 판타지#편집부가 추천하는 출판 작품모든것을 알려주는 그것은 털
-
리부트중단편 전윤호 / SF인류를 지배해 온 기계 문명은 부활하는가?자의식이 있는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한 세상. 그러나 10년 전 외계에서 온 강력한 전자기 펄스가 전 세계를 덮쳐 모든 기계가 무력화된다. 그러던 어느 날, 유용한 기계 부품을 찾아다니는 도굴꾼 ‘태이’는 금지 구역인 기계 도시에서 우연히 한 창고를 발견한다. 페러데이 케이지로 된 창고 안에는 수많은 부품과 보육 로봇이 있었다. 어린 시절 자신과 놀아주던 보육 로봇 엠마가 떠오른 태이는 로봇을 해체하지 않고 몰래 마을로 반입하지만, 기계를 배척하는 마을의 자경단에게 들키고 마는데. 황폐한 지구를 배경으로 담담한 묘사가 눈길을 끄는 「리부트」는 몰락한 기계 문명을 인간의 손으로 재건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이다. 인공 태반에서 태어나 로봇의 손에서 자란 탓에 기계의 아이라고 따돌림을 받고 기계에 더 큰 애착을 가진 주인공 ‘태이’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인류와 로봇을 몰살하려는 외계인의 재공격과 인류를 지배해 온 기계 문명의 부활 중 우리는 누구를 더 두려워해야 할까? 기계 문명의 우주 진출을 막으려고 전자기 펄스를 사용한 외계 문명은 정말 존재할까? 결말에서 확인해 보시길. *본작은 2024년 황금드래곤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
-
소가 된 게으름뱅이중단편 3TH / SF, 호러노역의 굴레에서 해방시켜 주세요.‘나’는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서른한 살 백수. ‘엘비스도 서른 살까지는 트럭 운전사였다.’며 강변을 토하고 손님이 없는 시간에 글을 쓰기 위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선택했다고는 하지만, 글쎄, 제목이 ‘소가 된 게으름뱅이’이니만큼 그것이 현실성 있는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속 썩이던 ‘나’의 어머니는 무직 기간이 3년 이상인 청년들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로 만들어 준다던 전단지를 건네는데……. 그랬다, 그것이 바로 게으름뱅이가 소가 된 사연이 되겠다. ‘소설가’를 꿈꾸다가 ‘소’가 되었으니 1/3만큼은 꿈을 이룬 셈이다. ‘상식적으로 민증만 가져 오면 2,000까지 대출을 해 준다면 의심을 하지 않느냐’는 양아치의 말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데, 그저 가볍게 지나가는 투인 줄로만 알았던 대사가 곳곳에 변주되다 못 해서 결말까지 톡톡히 활용되며 작가의 센스를 짐작케 한다. 시종일관 시니컬하게 핵심을 콕콕 꼬집으면서도 사건이 우당탕탕 전개된다. 호러라기엔 코미디스럽고, 코미디스럽다기에는 호러스러운 이 작품. 마지막까지 ‘노역의 굴레에서 해방시켜 달라’는 소의 부탁이 백미이니, 소가 가엽다면(?) 댓글과 추천을 남겨 주는 것도? *본작은 2024년 황금드래곤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