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 플랫폼 업체 '브랜디'가 지난 5월 육아 애플리케이션(앱) '마미'를 30대 여성을 위한 큐레이션 쇼핑 앱으로 변신시켰다. 타깃 연령층을 기존 주요 고객층인 1020세대에서 30대 이상 고객으로 넓힐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버티컬 마켓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론칭했던 육아 테마 버티컬 앱 마미가 결국 패션 중심 앱으로 리브랜딩된 것을 볼 때, 결국 '패션'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브랜디부터 서울스토어…4개 라인업으로 중무장 브랜디는 버티컬 마켓·앱을 운영하고 있는 커머스 플랫폼 기업이다.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은 패션, 인테리어 등 특정 카테고리 제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쿠팡 등 다수 카테고리 품목을 취급하는 종합 커머스와 달리 타겟 연령층, 상품군을 특정지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브랜디는 MZ세대를 겨냥하고 있는 패션 앱 '브랜디'를 비롯해 남성, 30대 여성 등으로 연령 및 성별을 나눠 타깃을 세분화하는 데 적극적이다. 지난 5월 플레어 론칭 이후 브랜디가 보유한 버티컬 앱 라인업은 △여성 패션 앱 '브랜디' △남성 쇼핑 앱 '하이버' △30대 여성 패션 쇼핑앱 '플레어' △패션 플랫폼 '서울스토어' 4개로 갖춰졌다. 플레어는 30대 여성에 최적화된 상품을 큐레이션하는 쇼핑 앱이다. 종합 커머스는 아니지만 30대 여성으로 타겟 고객을 제한하고 패션과 럭셔리, 잡화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른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다만, 플레어가 처음부터 라이프스타일 종합 쇼핑 콘셉트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플레어의 전신은 지난해 6월 브랜디가 론칭했던 종합 육아 쇼핑 앱 '마미'다. 마미는 패션 중심 마켓을 운영해 온 브랜디가 '육아'에 초점을 맞춘 마켓이다. 임신부터 출산, 그 이후에까지 '엄마'가 필요로 하는 상품을 취급했다. 때문에 카테고리 역시 유아동 패션과 아기용품, 교구 등 육아에 필요한 카테고리를 두루 갖추도록 설계됐다. 특히 육아 시장에서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점에 주목, 마미는 마치 커뮤니티에서 '부모 선배'가 상품을 추천하는 것 같은 상품 큐레이션 전략을 내세웠다. 단순 제품 구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보 검색 및 습득, 활용까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마미는 론칭 약 1년 만에 30대 여성 쇼핑 앱 플레어로 리브랜딩됐다. 마미의 주요 고객이 30대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해 육아 외 30대 여성의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아우르는 쇼핑 앱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타겟 고객층 역시 육아와 관련된 여성에서 30대 여성으로 변경됐다. 육아앱 '마미', 플레어로 리브랜딩 된 이유는 론칭 약 1년 만에 플레어로 리브랜딩됐다고 해도, 마미가 '실패한 버티컬 플랫폼'이라고 볼 수는 없다. 브랜디에 따르면 마미는 론칭 6개월만에 전체 거래액이 약 3000% 성장했다. 육아맘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접근하겠다는 브랜디의 전략이 정통했기 때문이다. 특히 론칭 6개월 간 리빙과 라이프 등 카테고리가 전체 거래액의 성장을 견인한 것을 볼 때, 마미를 이용하는 타겟층이 육아와 직결되는 용품 외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쇼핑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풀이된다. 브랜디에 따르면 당시 침구와 안전용품, 가구, 소품 등 유아용품을 포함하는 '리빙/라이프' 카테고리의 거래액은 론칭 후 6개월 간 약 100배 성장했다. 브랜디는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계속되는 마미 타겟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쇼핑 앱으로 탈바꿈시킨 것으로 보여진다. 버티컬 플랫폼의 특성을 담은 '육아'라는 특정 카테고리를 지우는 대신 육아와 관련된 30대 여성의 패션, 리빙, 육아 쇼핑에 모두 관여하겠다는 판단이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 시장의 계속되는 성장으로 타겟 연령층이 세분화되고 있는 시장 분위기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여진다. 패션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이 초창기 MZ세대를 비롯한 젊은 연령층을 중심으로 성장한 것과 달리, 최근에는 전 연령대로 이용자가 확대되면서 연령층 세분화의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지그재그 등 패션 플랫폼 업체들이 30대 또는 그 이상으로 타겟 연령층을 세분화, 새로운 마켓을 론칭하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브랜디 역시 브랜디 외에 30대 여성을 유입할 수 있는 쇼핑 앱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패션 앱 브랜디의 경우, 타겟 고객 연령층은 2030 세대인 'MZ세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 이용자 80% 가량은 1020 세대로 연령대가 낮아졌다. 사실상 30대가 쇼핑할 플랫폼에 공백이 생긴 셈이다. 브랜디는 실제 이용 고객 연령이 겹치지 않는 만큼 브랜디, 서울스토어 등 또 다른 자사 버티컬 플랫폼과의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브랜디와 서울스토어는 1020세대와 MZ세대가, 플레어는 30대 여성으로 연령층을 세분화한 만큼, 신규 버티컬 마켓 론칭으로 합리적인 라인업 완성에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상황별 패션에 대해 관심이 높은 동시에 구매력을 갖춘 30대 여성 쇼핑 앱이 성공하면, 향후 전체 거래액 성장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여진다. 이를 위해 브랜디는 플레어 론칭 시점 30대에게 인기있는 컨템포러리 디자이너 브랜드부터 여성복 브랜드 등 약 1200여개 패션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상품 카테고리 역시 패션 뿐만 아니라 럭셔리, 잡화 등으로 다양하게 넓혔다. 플레어의 전신인 마미가 6개월 간 3000% 거래액이 성장하며 구매력을 보여준 만큼, 그 이상의 성장 역시 예측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한편으로는 마미가 리브랜딩되면서 버티컬 마켓이 패션 중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MZ세대 여성 쇼핑 앱 브랜디와 남성 쇼핑 앱 하이버에 이어 버티컬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특성을 살린 육아에 초점을 맞춘 브랜디의 야심작이었던 만큼 아쉬움도 큰 상황이다. 수익성이 검증된 데다, 럭셔리나 골프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기 쉬운 패션 앱 운영이 수월하기 때문이라고도 풀이된다. 브랜디 관계자는 <블로터>에 "패션 플랫폼에서의 쇼핑이 일상화되면서 구매층은 사실상 전 연령대로 확대됐다"며 "다만, 기존 패션 앱의 주요 고객층으로 꼽히는 MZ세대의 경우 범위가 20대에서 30대 후반까지 매우 넓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미를 운영해 보니 30대 여성이 상대적으로 육아에 관여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때문에 당장은 육아에 카테고리를 한정하기 보다는 30대 여성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또 플레어는 30대 여성을 위한 쇼핑 앱이지만 실제 구매 고객 연령은 3040 세대까지 넓을 것으로 예상되며, 플레어 론칭으로 중저가의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을 판매했던 기존 자사 앱들에 더해 30대 이상의 여성에게 주력하는 라인업이 완성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