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선택
-
기니피그의 뱃살을 함부로 만지지 말라중단편 이규락 / SF정신을 확 빼놓는 기니피그판 터미네이터의 세계로평범한 취업 준비생 준호는 고시원에서 애니메이션을 몰아 보며 나른한 일상을 보내던 중, 생각지도 못한 존재와 마주한다. 총을 든 데다 사람만 한 크기의 ‘햄스터’ 한 무리가 이족보행을 하며 고시원 안을 어슬렁대고 있었던 것이다. 믿기 힘든 광경을 마주친 현대인답게, 숨어서 일단 휴대폰의 카메라를 들이대는 준호. 그러나 셔터를 꺼 놓는 것을 깜빡하는 바람에 거대 괴생물체의 눈에 띄어 버리고 만다. 곧이어 골목길에서 햄스터 무리와 긴박한 추격전을 벌이던 준호를 구해 준 의문의 여성, 김지나 대위는 괴생물체가 햄스터가 아닌 기니피그이며, 자신은 그들을 막기 위해 미래에서 왔다고 밝히는데. 사람만 한 햄스터?(사실은 기니피그지만) 총? 이족보행? 시작부터 등장하는 기묘한 조합에 아연해질지도 모르지만 아직 여기에서 놀라면 이르다. 인류가 무너지고 설치류가 지배하게 된 40년 후의 미래 세계에서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과거로 온 시간여행자들과 얼떨결에 이 대전쟁에 끼어 버리게 된 취준생의 활약이 펼쳐지는 이 이야기가 그야말로 속도감 넘치는 기상천외한 전개로 혼을 쏙 빼놓기 때문이다. 왠지 주인공이 빠져 있는 애니메이션들의 그림체로 장면들을 상상하며 읽게 하는 맛이 있는 단편이다. *본작은 2023년 황금드래곤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
-
처마 밑의 지킴이중단편 이필원 / 판타지집안의 수호신을 보내드리며흰개미 떼가 야금야금 갉아 먹은 할머니의 아름다운 고택.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집안의 유일한 아들이라는 이유로 할머니의 집을 물려받은 외삼촌의 관리가 소홀했던 탓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모자라 외삼촌은 빚을 갚기 위해 가족들과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할머니의 집을 팔아버려 집안이 뒤집어진다. 그리고 보름이 지난 어느 날, 웬 수상한 공인중개사가 나의 집을 방문해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는데. 가신을 소재로 한 「처마 밑의 지킴이」는 할머니 집을 수호하는 구렁이 성주를 보내드리는 이야기를 그린 한국 판타지 단편이다. 말린 명태 대신 마카롱과 제주 삼다수로 성주를 보내는 장면이나 베란다에 놓인 화분에 붙어 나의 집을 수호하는 달팽이 가신의 모습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구렁이뿐 아니라 터줏가리, 두꺼비, 소나무 등 다양한 신이 현신해 눈길을 끄는 가운데 공인중개사이자 풍수 역학 전문가가 갑작스러운 방문을 하게 된 계기가 사뭇 궁금해진다. *본작은 2023년 황금드래곤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
-
반복의 미학연재 프리마베라 / 판타지, 로맨스인생 제6회차, 망국 최후의 후계자로 ‘또’ 환생해버렸다!주인공 사샤 렌슬리어는 이제껏 총 다섯 번의 삶을 살았다. 고약한 운명은 매번 그를 전혀 다른 세계 속으로 멋대로 집어던지곤 했지만 사샤는 다섯 번의 환생을 거치는 동안 인생사 새옹지마의 순리를 익히며 스스로를 잘 지켜내 왔다. 비록 여섯 번째 탄생의 순간은 망국의 공주이자 전쟁고아로서의 위태로운 운명을 목도하는 것이었지만, 사샤는 그간의 환생 짬밥을 활용해 식민지에서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신동의 탄생을 연기하며 자라난다. ‘과도하게 똑똑한’ 탓에 일고여덟 살 때부터 본토에 서신 교환 친구를 여럿 만들어 두었던 그는 열한 살이 되었을 무렵 서신 친구의 초대로 수도를 처음 방문하게 된다. 그곳에서 사샤는 열다섯 살에 왕실 최고의 교육기관을 수석으로 졸업했다는 프란츠 하이델베르크라는 소년과 여러 번 조우하게 되는데…… 그런데 이 녀석도 여간 보통내기가 아니다. 언뜻 논픽션 교양 도서 제목 같기도 한 「반복의 미학」은 인생 n회차의 짬밥 만렙 주인공의 여섯 번째 환생기를 다루는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다. 장르의 클리셰를 솜씨 좋게 버무리는 안정적인 필력이 뒷받침된 덕분에 익숙함에서 참신함을 발견하는 미덕이 엿보이는 이 작품은 착착 감기는 대사의 티키타카와 괄호 안으로 펼쳐지는 마음의 소리(?)에서 그 진가가 더욱 깊이 드러난다. 게다가 환생 고수와 찐 천재의 묘하게 경쟁심 넘치는 로맨스 역시 거침없이 다가오며 초반부터 독자의 시선을 단단히 붙잡는다. 살아있다는 것이 알려지는 순간 목숨을 위협받는 망국 최후의 후계자로 다시 태어났지만 ‘자연법칙의 예외’로서 반복의 미학을 주저 없이 누리고 있는 주인공의 흥미진진한 여섯 번째 삶을 함께 즐겨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본작은 2023년 황금드래곤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
-
무한마계지하던전중단편 삶이황천길 / 판타지, 로맨스#편집부가 추천하는 출판 작품마계인천 지하던전 대탐험기
-
책들은 잊어버려도중단편 사선 / 일반언제, 어디서부터 왔는지 모를 질병이 모든 글자를 빼앗았다.그랬다. 역병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책을 대상으로 했을 뿐. 책들의 무수한 글자가 분리되고 분해되어 날아가는 이 사회에서, 승현은 그 책들을 복원하는 ‘사서’로서 일한다. 정확히는 전국에서 책을 복원해달라는 요청을 보내면, 도서관에 남아 있는 원본과 대조하여 책을 입력하는 것이 그의 직업이다. 물론 모든 책들을 똑같이 복원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필요하고 시급한’ 병리학과 물리학은 우선으로, 그렇지 않은 문학으로 뒷전으로 밀리는 시대다. 승현은 이러한 작업이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같은 부서의 최 부장은 복원 작업에 열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승현은 형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게 되는데……. 팬데믹 사태가 시작되면서 전염병과 관련된 소설들이 무수히 쏟아졌다. 그러나 대부분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역병을 소재로 다루었을 뿐이다. 「책을 잊어버려도」는 물건을 대상으로 역병이 돌았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지극히 현실적이고 문학적인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역병을 주제로 벌어지는 큰 사건이나 분명한 기승전결은 없지만 뛰어난 상상력으로 가상의 SF적 사회를 만들어 내고, 그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핍진성 있게 적었다는 강점이 더 크게 도드라진다. 사변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작가의 문체가 작품의 매력을 더한다. 독특한 상상력과 매혹적인 문장의 세계에 빠지고 싶은 독자라면 하루빨리 읽으시길. 언제 이 소설이 역병에 걸릴지, 그래서 이곳이 적힌 아름다운 이야기가 소멸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므로. *본작은 2023년 황금드래곤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