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금융지주 경영진의 성장 전략 실행을 장기적으로 지원하겠다."행동주의 사모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이창환 대표는 2022년 5월 18일 JB금융지주 지분 14.0%를 인수하면서 이 같이 밝혔었다. 그로부터 1년도 지나지 않은 2023년 1월, 얼라인파트너스는 은행에 대출증가 속도를 낮추고 주주환원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수입원인 대출이 줄면 은행의 성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BNK금융·JB금융·DGB금융지주 총 7곳을 정조준해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진짜' 노리는 것은 취약한 재무상황에 놓인 지방금융지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 및 서민에 금융을 공급해야 하는 금융사들의 자금이 사모펀드와 일본까지 흘러갈 개연성이 있다. 낮은 주가변동성에 폭락장을 겪은 소액주주들이 동의할 수밖에 없는 제안을 명분으로 삼았다는 점은 표싸움 시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9일 업계에 따르면 JB금융지주의 주요주주는 삼양사 측이 14.61%로 1대주주에 있고 그 뒤를 이어 얼라인파트너스 14.04%, OK금융그룹 측 11.42%, 국민연금공단 8.21% 순이다. OK금융그룹의 계열사인 OK저축은행은 2022년 12월 19일 JB금융지주 주식을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형태로 약 365만주 매수해 총 10%의 지분을 가지게 됐고, 또다른 OK금융 계열사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 운영법인)도 1.42% 지분을 보유 중이다.OK금융그룹은 공식적으로 '한국계 자본'이라는 입장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OK금융그룹의 지배구조는 한국 국적의 최윤 회장이 국내 법인인 OK홀딩스의 보통주 지분 100%를 보유하고 OK홀딩스는 OK저축은행의 최대 지분을 가지는 식으로 짜였다.그러나 '일본계 자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최 회장과 친족 일가는 일본에 소재한 기업인 종합상사야마준, 밤비, J&K캐피탈, 그리타의 100% 지분을 가지고 있고 이들 일본 기업은 국내 OK금융 계열사인 뉴데이즈, 원캐싱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최 회장이 단독 지배하는 J&K캐피탈은 OK금융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J&K캐피탈의 자회사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는 OK홀딩스대부 전환우선주 9만6307주를 보유하고 있다. 1주당 보통주 49.375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우선주를 모두 전환하면 보통주 475만5158주가 된다. 이는 최 회장이 보유한 보통주 206만주를 크게 상회하는 규모다. 현재는 한국기업이지만 미래에는 일본기업이 될 수 있는 '스위치'인 셈이다. OK금융은 얼라인파트너스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다. OK금융은 법정최고금리 20% 상한에 따라 대부업 운영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수익원을 다변화하려 하고 있다. 투자업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DGB금융지주에 대해서는 8%로 지분율을 늘렸다. 얼라인파트너스 또한 DGB금융지주에 대해 주주제안이 곧바로 가능한 의결권을 확보했다.OK금융은 자사의 투자에 경영권 공격 목적은 없다고 해명한다. OK금융 관계자는 <블로터>와의 통화에서 "DGB금융의 주주로서는 할 얘기가 없고 당사는 경영권과 지분을 확보하려는 게 아닌 수익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투자하는 것"이라며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15% 이상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돼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투자 포트폴리오가 금융사에 치중돼있다는 것은 향후 OK금융그룹의 저변 확장을 염두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저축은행중앙회는 2022년 금융규제 혁신방안으로 저축은행의 유가증권 투자한도 규제 완화를 건의하기도 했다. OK금융 관계자는 "지방금융, 대부업체 등 대부분 저희가 잘 아는 데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1.1%에 불과한 지분으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으로의 수익 유출 문제를 정조준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소액주주들의 민심에 힘입어 정기주총을 통해 얼라인파트너스 측 감사를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에 진입시켰다.JB금융지주 주총에서 OK금융과 얼라인파트너스가 손잡는다면 삼양사와 국민연금의 지분이 결합해도 따라가지 못한다. 얼라인파트너스가 2022년 사들인 14% 지분은 앵커PE의 소유분으로 알려졌다. 앵커PE의 안상균 대표는 삼양사와 혼맥 관계가 얽힌 인물이다. 우군으로 여겨졌던 지분이 JB금융에 '행동주의'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과거의 동맹이었지만 현재 적대적 관계를 맺는 교보생명과 어피니티컨소시엄의 사례가 겹쳐보인다는 평가다.얼라인파트너스는 금융지주사들에 매년 최소 당기순이익 50% 수준의 주주환원을 요구했지만, 이는 자본적정성 관리 부담이 커진 지방금융지주에는 매우 부담스러운 요구가 될 수 있다. 주주환원 강화 시 자본적정성 지표인 CET1(보통주자본)비율은 악화될 수 있다. DGB금융 CET1비율은 2022년 3분기 11.27%, JB금융지주의 경우 11.43% 감독당국의 최소 요구치인 10.5%와 맞닿아 있다.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 악화와 높은 기준금리로 비금융 계열사들의 성장이 난망한 가운데, 대출을 줄이고 배당을 확대하라는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는 지방금융 황폐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